[기획 시리즈: 네바다 상용 EV 리포트 ②] 전기버스 선구자 리노 RTC의 멈춰 선 차고지… 공공 인프라 연결이 해법이다
- 네바다주 교통 통합 관리자 'RTC' 현장 방문… 프로테라 파산·충전기 호환 오류에 멈춰 선 버스들
- 한·미 대중교통 비교: '정부 보조금 의존' 유사하나 '정비망·데이터 표준화'서 격차

와쇼 카운티 교육구(WCSD)가 인프라 부족으로 전기 스쿨버스 운용에 난항을 겪는 사이, 네바다주 북부의 교통 행정을 총괄하는 리노 지역교통위원회(RTC, Regional Transportation Commission) 현장에서도 친환경 전환의 뼈아픈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리노 RTC는 단순한 버스 운용사를 넘어, 연방정부 및 네바다주, 지자체 예산을 받아 리노(Reno)와 스파크스(Sparks), 와쇼 카운티 전역의 도로, 교량, 대중교통망 전체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핵심 공공기관이다. RTC는 지난 2012년부터 프로테라(Proterra)사의 전기버스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미국 내 공공 대중교통 전동화를 이끌어온 선구적인 지자체로 꼽힌다. 그러나 화려하게 포장된 친환경 정책 이면에는 부품 수급난과 충전 호환성 문제로 절망하는 현장 정비사들의 한숨이 깊게 배어 있었다. RTC 현장 방문과 담당 디렉터 면담을 통해 미국 공공 대중교통 생태계의 현실을 확인하고 한국 인프라와의 비교를 통해 시사점을 짚어봤다.

파산한 제조사, 멈춰 선 충전기… "부품이 없어 디젤 하이브리드로 회귀"
10년 넘게 전기버스를 운용해 온 RTC의 현장 인프라는 현재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핵심 공급사였던 버스 제조사 프로테라가 파산 신청 후 피닉스 모터코치(Phoenix Motorcoach)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부품 공급이 사실상 단절되었고, 주요 충전기 공급사였던 보그워너(BorgWarner)마저 충전기 사업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RTC 현장 책임자는 "배터리 자체의 성능은 유지되고 있지만, 버스 제어 시스템이나 구동계 부품을 구할 길이 없어 차량들이 기지에 방치되고 있다"며"당장 시민들의 대중교통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연방교통청(FTA) 보조금을 활용해 19대의 디젤 하이브리드 버스를 새로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친환경 무배출(Zero-Emission)을 추진하던 공공기관이 공급망 붕괴로 인해 내연기관 기반 차량으로 회귀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알 수 없는 '16진수 에러 코드'… 파편화된 미국 충전 생태계
부품난보다 더 심각한 현장의 문제는 충전 통신 규격(OCPP)의 파편화다. RTC 관계자는 "OCPP 1.2, 1.5, 2.1 등 충전기와 버스 제조사마다 적용된 통신 버전이 달라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라며"오류가 발생해도 모니터에는 정체불명의 16진수 에러 코드(Hex code)만 출력되어 현장 정비사들이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버스 제조사, 충전기 제조사, 관제 소프트웨어 기업이 각기 따로 놀면서 공공 인프라의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미 대중교통 인프라 비교] 닮은꼴 고민과 결정적 차이점
미국 네바다주 RTC의 사례는 한국의 대중교통 전동화 현계와 비교했을 때 명확한 유사점과 상이점을 드러낸다.
- 유사점 (공통의 난제):
- 정부 보조금 의존성: 한·미 양국 모두 공공 보조금(Grant) 없이는 막대한 초기 도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 혹한기 효율 저하: 영하권 날씨에서 난방 장치를 가동할 경우 주행거리가 급감하는 물리적 한계를 동일하게 겪고 있다.
- 수소(Hydrogen) 에너지 검토: 장거리 노선이나 광역 대중교통을 위해 양국 모두 배터리 전기버스의 대안으로 수소 연료전지 버스를 시범 검토·운용 중이다.
- 상이점 (인프라 및 운용 환경):
- 정비 및 부품 네트워크: 한국은 자국 제조사 중심의 300여 개 수리·정비 거점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어 빠르게 부품을 조달한다. 반면 미국은 제조사 파산 시 대체 부품을 구할 수 없는 공급망의 단절을 겪는다.
- 데이터 관제 및 표준화: 한국은 운전자의 주행 습관에 따른 배터리 상태 점수화(Score) 및 통합 데이터 관제 체계가 도입되어 있으나, 미국은 충전기와 버스 간 기본 통신조차 원활하지 않아 단순 에러 코드 해독에 의존하고 있다.

공공 예산 효율화를 위한 제언: '데이터 통합 진단'이 해법이다
미국 대중교통 현장의 혼란은 단순한 '친환경 차 보급'을 넘어 '운용 데이터의 표준화와 정밀 진단 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막대한 공공 세금이 투입된 전기 버스가 부품 단종이나 통신 에러로 기지에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제조사의 차량과 충전기를 하나로 묶어 정밀 진단할 수 있는 '통합 데이터 대시보드' 구축이 시급하다.
난해한 에러 코드를 직관적으로 해석하고, 배터리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여 수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인프라 구축'이야말로 공공 예산을 보호하고 대중교통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추후 발행되는 기획 시리즈 3편에서는 리노같은 대도시의 교육구(와쇼, 클라크)의 보수적인 태도와 달리, 네바다 외곽 교외 지역이 공공 금융 (그린뱅크)과 전력회사의 인프라 위탁 모델을 통해 어떻게 상용 EV 전환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지를 조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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