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시리즈: 네바다 상용 EV 리포트 ①] $50만 달러 전기 스쿨버스의 역설… 네바다에서 멈춰 선 이유

- 와쇼 카운티 교육구(WSD) 현장 방문… 주행거리 반토막·인프라 한계 '이중고'

- AI 배터리 관리 전문기업 '배터플라이' 박성원 대표 현장 동행… 테슬라 밖 거대 상용차 시장 선점 기회

미국의 전기차(EV) 전환 시계가 빨라지고 있지만, 상용차 시장의 현실은 여전히 차갑다. 테슬라가 촘촘하게 생태계를 구축한 승용차 시장과 달리, 전기 스쿨버스 및 대중교통 버스 등 비(Non)-테슬라 진영의 상용 EV 시장은 인프라 부족과 운영 소프트웨어의 부재로 심각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용 EV 시장의 척박한 현실과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AI 기반 배터리 진단 및 수명 연장 솔루션 전문 스타트업 (주)배터플라이의 박성원 대표와 함께 네바다주 북부 리노(Reno)에 위치한 와쇼 카운티 교육구(Washoe County School District, 이하 WSD) 차량 기지를 찾았다.

겨울철 60마일로 곤두박질친 주행거리… "충전 없이는 하루를 못 버틴다"

현재 350여 대의 스쿨버스를 운용 중인 WSD는 지난 2022년 말 정부 보조금(Grant)을 지원받아 대당 50만 달러(약 6억 8천만 원)에 달하는 블루버드(Blue Bird)사의 전기 스쿨버스 2대를 시범 도입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현장의 체감 효율은 크게 떨어졌다.

가장 큰 장벽은 리노 지역 특유의 혹한기 날씨였다. WSD 관계자는 현장에서 "겨울철 기온이 영하권(Single digits)으로 떨어지면 학생들을 위해 히터를 가동해야 하는데, 이때 실제 주행거리는 한 번 충전에 60마일(약 96km) 수준으로 곤두박질친다"며, "오전 운행 후 중간에 다시 충전하지 않으면 오후 운행 자체를 마칠 수 없어 배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무거운 차체를 이끌고 굴곡진 언덕 지형을 매일 오르내려야 하는 점도 배터리 효율을 갉아먹는 주요 원인이다.

전력망 한계와 데이터 관리의 부재… 멈춰 선 버스들

더 뼈아픈 문제는 거액을 들여 도입한 전기 버스가 전력 인프라의 한계로 기지에 방치되는 일이 잦다는 점이다. 지역 전력 공급사인 엔비 에너지(NV Energy)의 송전 설비가 추가 충전기 설치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WSD 측은 "배전반 등 외부 전력망 업그레이드 없이는 버스를 추가 도입해도 무용지물"이라며 인프라 확장의 한계를 지적했다.

여기에 배터리 상태를 정밀하게 진단하고 관리해 줄 소프트웨어의 부재도 현장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기존에 사용 중인 충전 관리 포털은 단순 전력 소비량을 보여주는 데 그쳐, 배터리 열화 상태를 예측하거나 운전자의 주행 습관에 따른 최적화 솔루션을 전혀 제공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테슬라 밖 시장의 '게임 체인저', K-배터리 데이터 기술

WSD의 사례는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미국 상용 EV 시장이 '단순 하드웨어 판매'를 넘어 '정밀한 데이터 관리 생태계'로 넘어가야 함을 시사한다. 현재 테슬라를 제외한 블루버드, 토마스(Thomas), BYD 등 다양한 상용차를 도입 중인 미국의 지자체들은 표준화되지 않은 데이터와 충전 인프라 속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장에 동행한 배터플라이 박성원 대표는 "자사의 AI 알고리즘을 통해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전자의 주행 및 충전 습관을 제어하면, 배터리 수명을 30% 이상 연장하고 잔존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다"며"가혹한 운행 환경에 노출되는 상용 EV일수록 실시간 데이터 기반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는 현실 속에서 한정된 배터리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비(Non)-테슬라 시장 선점의 핵심 열쇠로 떠오른 것이다. WSD 측 역시 박성원 대표가 제시한 AI 기반 데이터 분석 및 배터리 수명 연장 솔루션에 큰 관심을 보이며 향후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미국 상용 EV 시장, 그 거대한 테슬라 밖의 빈틈을 파고드는 한국 데이터 솔루션의 활약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추후 발행되는 기획 시리즈 2편에서는 네바다주 리노 지역의 대중교통(RTC) 수소 및 전기버스 운영 관점을 한국의 인프라 상황과 비교 분석합니다.)